사진, 풍경달다.

공지사항 2021. 2. 25. 18:46

아이는 연필 한 자루로 우주를 창조한다.

나무를 심고, 사랑을 하고, 하늘을 난다.

 

끝이 뭉툭해진 연필심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래서 나는, 나의 낡은 사진기가

아이의 연필 한 자루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기 한 대를 어깨에 걸치고,

내가 있는 시간 속에서 우주를 창조하고 싶다.

 

나무를 찍고, 사랑을 찍고, 자유를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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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풍경 달다'라는 시를 좋아한다.

 

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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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년을 넘게 방치했던 블로그를 활성화하려고,

제법 거만하게 "시즌2 : 풍경 달다" 라는 부제를 달았다.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을 정지시켜 기록한 화상(畵像)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진은 비단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에게 '풍경(風磬)'을 달려고 한다.

사진에서 풍경 소리 들릴 때,

보고 싶은 내 마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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